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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대병원·이대목동·한림대 연구팀, 51만명 분석 임종 3개월 전부터 급격히 증가 |
암이 끝을 향할수록 환자는 감염보다 항생제와 싸우고 있었다. 서울대병원·이대목동병원·한림대 공동연구팀이 진행암 환자 51만여 명의 임종 전 6개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, 절반 이상(55.9%)이 광범위항생제를 사용했으며, 특히 임종 3개월 전부터 처방이 급격히 늘어 2주~1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.
광범위항생제는 여러 세균을 동시에 억제하는 강력한 약제로 감염이 심하거나 내성균이 의심될 때 투여되지만, 말기 환자에게는 감염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‘예방적’ 혹은 ‘관행적’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.
연구팀은 임종 전 6개월을 다섯 구간(임종 1주, 1~2주, 2주~1개월, 1~3개월, 3~6개월)으로 나누고 페니실린계, 세팔로스포린계, 카바페넴계, 글리코펩타이드계 등 주요 광범위항생제 4종의 사용률을 비교했다. 그 결과 사용률은 임종 1~3개월 구간에서, 사용량은 임종 1개월~2주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.
혈액암 환자(백혈병·림프종·다발성골수종)는 고형암 환자(폐암·간암·대장암 등)에 비해 항생제 사용률이 1.5배, 사용량이 1.2배 높았다.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입원 빈도가 늘고 신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, 실제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항생제가 ‘안전망’처럼 반복 처방되는 양상이다.
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·임상윤리센터 교수는 “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행암 환자의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 실태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결과로, 향후 항생제 사용 지침과 완화의료 정책의 근거가 될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“생애말기 환자라도 실질적 이익이 있다면 항생제를 써야 하지만,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‘일단 써보자’는 식의 처방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”고 지적하며 “존엄한 죽음을 방해할 수 있기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”고 덧붙였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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